제목 [류승룡]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
출처 cine21 (글 : 김성훈 | 사진 : 백종헌 | 2012-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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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


‘두둥.’ 이런 효과음이 있었으면 얼마나 잘 어울렸을까. 5월8일 밤 삼청동의 한 카페 옥상 테이블에 류승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게 머리에, 가슴골이 약간 드러난 피케 셔츠, 스모키풍의 메이크업 등 외양도 외양이지만 사진기자를 자신감있게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영락없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성기였다. 전설의 카사노바인 성기는 두현(이선균)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달라’는 어이없는 제안을 받는다. 그때부터 성기는 유부녀 정인(임수정)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임수정이 류승룡에게 넘어갔냐고?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성기가 사랑스러운 남자라는 것. 민규동 감독의 전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O.S.T 중 하나인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한 구절을 인용해 성기를 설명해보자.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줘도 아깝지 않은 남자가 바로 성기다.



-<조선의 왕>(가제) 촬영이 한창이라고.

=오늘은 촬영이 없는 날이에요. 촬영할 때는 한복을 입고, 홍보할 때는 일상복을 입는 게 재미있어요.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 최근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이번에는 임수정씨를 유혹해야 하는 역할이에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발상이 발칙하다고 여겼어요. 그것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부부의 권태기)에서 시작되는 발칙한 발상 말이죠. 그걸 진지하게 풀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권태기의 해결사로 카사노바를 선택하죠. 그러면서 여자들은 이런 걸 원해요, 대화가 없으면 이런 오해가 생겨요, 하는 것들을 비유적으로 잘 풀어낸 시나리오였어요.



-민규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주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음…. (한참 생각하더니) 류승룡밖에 없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그렇게 운을 띄워주셨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당신이 맡은 성기는 어떤 남자던가요.

=사랑스러운 남자. 동화 같은 느낌도 있었고.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저런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는 로맨스도 있었고. 알고 보니 돈도 많고. 여러 가지로 여자가 기대고 싶은, 한번쯤 사랑하고 싶은 역할이구나 싶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유일하게 판타지적 모습이 강한 캐릭터였어요. 그런 점에서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 달랐고. 그런데 시나리오에서는 성기가 너무 멋지게만 그려져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허당 같은 면모를 좀 집어넣었죠.



-허당 같은 면모라면.

=뭐,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 막 뛰어간다거나, 수영을 잘 못한다거나. 혹은 의외로 싸움을 못한다거나.



-이름도 성기가 아니었다고.

=원래는 ‘양성식’이었어요. 그런데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첫 전체 대본 리딩 때 ‘장성기’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감독님께서 수용해주셨어요. 성기의 ‘성’자는 성스러울 성(聖), ‘기’자는 기운 기(氣)로 성스러운 기운을 의미해요. 그런 욕심도 있었어요. 홍보 단계에서 한번이라도 회자될 수 있는 그런 이름. 그러면 영화를 본 관객은 ‘세심한 부분까지 고심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혹시 주변에 성기 같은 친구가 있나요.

=전혀 없죠. 성기는 제 안에서 출발했어요. 어딘가 숨어 있고, 잠재되어 있는, 그리고 절제되어 있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캐릭터로 확장한 거예요.



-성기가 처음부터 카사노바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성기의 냉장고에 그의 과거 사진 50여장이 붙어 있어요. 고공 낙하하는 성기, 절벽 타는 성기, 투우하는 성기, 아프리카에서 난민 봉사하는 성기 등 사진을 보면 성기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대체 저 남자는 어떤 인간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했죠. 열심히, 성실하게 살다보니 유머도 늘었고, 그러다보니 돈도 생기고, 여자들도 모이고. 자연스럽게 많은 여자들을 섭렵했을 거라 생각해요. 성기는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집적거리는 하수가 아니에요.



-자신감이 중요한 캐릭터네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역시 ‘누굴 찔러도 전부 넘어오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갖춰야 할 기술들이 있었어요.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프리카어 등 몇개 국어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했고, 핑거 발레, 능수능란하게 젖소의 젖을 짜는 기술, 요리 등 아트적인 기술도 있어야 했고. 자기 몸을 사랑하고 가꿀 줄 알아야 하고, 옷도 센스있게 입을 줄 알아야 했죠. 내실을 기한 다음 자신감을 갖자고 생각했어요. 머리는 텅텅 비고, 돈은 없고, 꾀죄죄한데 자신감만 있는 건 객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자를 유혹하는 50가지 비결’ 같은 처세술 책으로 다져진 실력이 아니라는 거죠.

=그럼요. 성기는 많은 소설을 통해 내공을 다진, 그러니까 지·덕·체 모두 겸비한 카사노바예요. 백이면 백, 성기가 건드리면 넘어오지 않을 여자는 없죠.



-실제 류승룡이 임수정을 유혹한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실제 임수정은 영화 속 캐릭터인 정인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아름다워요. 실제 임수정을 유혹한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기자가 ‘얼마나?’라고 묻자) 한두달, 석달 정도? (웃음)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전작에 비해 첫 촬영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성기와 정인이 회전목마를 함께 타는 시퀀스가 첫 촬영이었어요. 촬영을 한 송도 유원지의 철거문제로 그 장면부터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야기상으로는 이미 둘의 관계가 많이 진척된 부분이거든요. 서로 얼굴을 가까이 부딪히고, 부대끼고, 첫 촬영부터 큰 소리로 웃어야 하고. 이걸 찍고 나니까 이 시퀀스의 앞뒤 장면을 어떻게 이어붙여야 할지 확신이 섰어요.



-반면 관객 입장에서는 성기의 첫 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등장하게 될 성기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죠.

=고뇌에 찬 성기를 클로즈업과 고속촬영으로 등장하게 하는 장면 말이죠? 그건 시나리오에 없었어요. 그런 게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감독님께 요청드렸고, 감독님은 수용해주셨어요.



-애초에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한 건 어떤 모습이었나요.

=감독님은 진지하게 등장하길 원했어요. 그런데 성기까지 진지하게 나오면 극 전체가 진지해질 것 같아서. 성기는 판타지니까 코믹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나중에는 감독님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돌발적인 모습들이 많이 나오니까 영화가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성기는 정인의 어떤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을까요.

=첫눈에 반했어요. 여기에 이 영화를 두번 이상 봐야 할 이유가 있어요. 영화의 초반부, 성기가 자살하려고 할 때 빨간색 의상을 입고 목발에 의지한 정인이 ‘지금 뭐해요’라고 하잖아요. 그때 성기는 이미 정인에게 반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성기는 ‘어, 어’ 하면서 ‘저 여자를 두번 만나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뒤로 자빠졌어요. 진짜 죽을 생각이었다면 앞으로 떨어졌겠죠. 그리고 이어지는 경찰서 신에서 성기가 정인에게 ‘차라리 위로를 하세요’라는 대사를 할 때 성기의 눈빛은 정인에게 빠진 그것이었어요.



-그럼에도 성기가 정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연 건 죽은 뽀삐 얘기를 할 때인가요.

=그렇죠. 성기가 소녀처럼 진심으로 울 때 그의 마음은 완전히 무장해제된 거죠. 여태까지 성기에게 ‘당신이 죽으면 안된다’고 말한 여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다들 성기에게 매달리기만 했지, 감히 뭐라고 하는 여자는 없었던 거죠. 거기에서 성기가 정인에게 완전히 빠진 거죠. 도전의식이 막 생겨났고. 사랑에 대한 이유, 그거다.



-만약 당신이 성기라면 두현과 정인 부부에게 어떻게 했을까요.

=두현과 정인 두 사람이 직접 속내를 털어놓았더라면 카사노바가 필요했을까. 이건 영화니까,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위해 카사노바라는 매개체가 작용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었다면 두현과 정인은 대화를 했어야 했죠. 풀 수 있는 문제는 풀면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을 해봐야죠.



-어느 순간 필모그래피에 주연을 맡은 작품이 늘어나고 있어요.

=예전에는 영화가 잘 안되면 ‘내 책임은 아니니까’ 하는 책임을 떠넘기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책임감이 커지면서 더욱 신중해진 것 같아요. 요즘은 배우가 작품 출연을 계약할 때 러닝개런티를 걸잖아요. 5억원씩 받는 배우가 있는데, 영화가 망하면 그걸 전부 토해내야 하잖아요. 그러나 현실은 안 토해내요. 저는 나중에 그런 것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러닝개런티는 걸되 영화가 흥행이 안되면 안되는 만큼 개런티를 되돌려주는 거. 주연이라면 그런 자신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출연 중인 영화 <조선의 왕>에서 당대 명문가 허균을 맡았는데요.

=80% 정도 촬영했어요. 허균은 역사적으로 에피소드나 업적이 많은 인물이죠. 홍길동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몇 백년씩 앞서간 사람이기도 하고. 영화는 그의 일대기 중 아주 작은 부분인, 천민(이병헌)을 데려다가 가짜 왕으로 앉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인물이에요. 아주 지략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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